Monday, 18 March 2013

얼굴

벵자멩 주아노, 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 21 세기북스, 2011

'상상력(imagination)'과 '상상계(imaginaire)'는 프랑스어에서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상상력은 이미지들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 이러한 개념은 상상력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이나 사고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

상상계는 프랑스어나 영어에서 '상상적인, 가상의'라는 형용사로 표현되는데, 이 형용사는 기본적으로 오직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실재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서양의 고전적 인식 체계인 정신/육체, 실재/이상의 이중적 이해 구조에 갇혀 있다.

레비스트로스나 뒤랑 같은 사상가들은 보다 복잡한 통합 개념을 주장하며, 상상계를 명사로 사용했다. 상상계가 상상력 같은 어떤 일종의 능력이나 과정과 다르다고 생각. 상상계는 단순히 이미지들이나 신화, 상징 등을 축적해놓은 정신적인 '이미지들의 창고'가 아니라, 논리와 합리성을 포함한 모든 정신 활동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범주', 다시 말해 이미지들을 조직화해 체계와 원형, 상징, 신화 등을 만들어내는 범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재 구조에 이미지들을 포함시키는 역동적인 과정인 상상계는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상상계는 상징화 과정의 기초를 이룬다. 사물이나 행동, 말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하나하나가 이 과정을 거치며, 따라서 우리의 모든 실재가 모두 이 상상계를 토대로 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상계 연구는 일군의 인류학적 구조들과 함께 시작된다. 그러나 이 일군의 구조들이 전 인류와 역사에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거의 같은 기본 색과 기법을 쓰지만 전혀 다른 작품을 그려내는 화가들과 같다고 보면 된다. 우리의 상상계는 그만큼 다양하게 표현되며, 이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다채로워진다.

이런 형상과 그 현상을 이끌어낸 '상상계'를 연구해보면 어떤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는 것에 연루된 힘과 동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 집단의 꿈과 환상, 제도와 전통의 원천을 접하고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상상계는 일정 문화집단의 인식 체계 같은 것 같다. 어떤 사물에 상징을 부여할 때에도 어떤 바탕이 되는 생각 구조가 있을 텐데, 이런 것이 상상계.))

얼굴은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의 바탕이 되며,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고 또 수많은 제도와 유행, 사상 등에 그 형태를 부여하는 위대한 인간의 상징이다. 이것이 바로 얼굴을 '상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측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철학과 정신분석, 미학, 인류학 등의 관점을 통해서도 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 인간 세상에서 그 어떤 실재보다 '정신적인' 오브제가 바로 얼굴이다.

얼굴은 상상과 의미의 근원에 뿌리를 두는 특별한 '기호'이다. 이것이 바로 얼굴이 다른 그 어떤 상상계의 구성 요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과거에 있었던 신화, 전설, 역사적 사실이 어떤 상상계로 거듭나며 오늘의 우리를 이루고 있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작용하여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아울러 세상을 보는 눈도 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제부터 얼굴은 겉모습의 얼굴이 아니라 상상계 속에서 무한히 빛날 수 있는 얼굴이고 그것은 곧 현실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얼굴은 이 상상계에 속하는 요소이면서 물리적 현실로 이어지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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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8 얼굴은 눈, 코, 입, 귀, 머리의 집합체. 얼굴은 부분으로 나뉘어 생각되는 동시에, 어떤 하나의 상징을 넘어서는 일종의 통합 기호소 또는 상징의 집합체로 규정된다.

p. 141 얼굴은 내가 한 개인이 되는 장소다. 내 사회적 환경이 나에게 부여하는 역할과 표지가 얼굴에 새겨진다. 얼굴은 사회가 내게 씌우는 가면이자 내 개성이 담긴, 움직이는 육체적 성소다. 이 흥미로운 양면성은 모두 얼굴이 접점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나온다. 즉 나와 세계, 나와 다른 사람들, 심지어 나와 나 자신 간에 이루어지는 소통의 가변적이고 변화하는 도구로서의 측면을 말한다.

p. 142 사진과 비디오에서는 그 촬영 관점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그것들은 나를 외부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기회를 주지만, 사실은 확고한 각도에서 촬영한 것만을 보여줄 뿐, 내 얼굴이 남들에게 보이는 그 모든 복잡한 특징과 생기를 드러내지는 못한다.((앞서 머리말에서는 스티브 맥커리의 '아프간 소녀' 사진을 예로 들면서 얼굴 사진으로 많은 의미를 읽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p. 143 다른 신체부위는 옷으로 감출 수 있지만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노화가 새겨진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얼굴, 말 그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진실이다.

p.149 주요 감각의 무리로서의 얼굴은 본래 몸의 감각을 위한 부위다. 그리고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사이의 중심 접점이다. 이것이 바로 얼굴이 두 세계에 관여하는 이유다. p. 153 다윈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얼굴은 자연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은 뒤셴 드 불로뉴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계적인 반응에 불과하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 얼굴 표정은 문화적인 산물이며 인간, 특히 동일한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만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생태학자들은 이 유전적, 자연적 접근법이 문화적 접근법과 접목되어야 한다고, 즉 분리 연구가 아니라 다원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의 산물이며 그 둘을 나누어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p.149 주요 감각의 무리로서의 얼굴은 본래 몸의 감각을 위한 부위다. 그리고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사이의 중심 접점이다. 이것이 바로 얼굴이 두 세계에 관여하는 이유다.

p. 153 다윈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얼굴은 자연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은 뒤셴 드 불로뉴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계적인 반응에 불과하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 얼굴 표정은 문화적인 산물이며 인간, 특히 동일한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만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생태학자들은 이 유전적, 자연적 접근법이 문화적 접근법과 접목되어야 한다고, 즉 분리 연구가 아니라 다원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의 산물이며 그 둘을 나누어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p. 275 우리가 인간의 속성 뒤에 놓고자 하는 가치의 정의가 무엇이든, 이는 우리 안에 내재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다. 한 접점으로서 얼굴은 근본적으로 모호하고 복잡하다. 얼굴은 명백함의 영역, 그리고 신비의 영역이다. 인간 과학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간의 상상에 있어서도 얼굴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이중적인 속성 때문이다. 



((얼굴은 인간 내부의 자연적인 모습과 문화적 모습이 동시에 나타나는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의 접점. 명백하면서 신비한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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