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고와 일상활동 및 생존 자체가 미디어 및 기술의 진화와 구조적으로 접속되어왔기 때문에 멀티미디어 환경의 등장은 인간의 인식의 가능성과 한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겠지만, 책의 등장이 계몽주의를 가져왔듯이, 그 변혁은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기회이다.
문자 없는 사회에서 문화적 기억은 몸을 통해서 실천되며 구두문화에서는 미디어와 운반자, 텍스트의 실행자가 합일체였다. 문자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현실을 구성하는 것은 재현을 하는 개체마다 편차가 크거나 우발적이며 위험부담이 컸다.
매개와 전승 및 번역이라는 미디어의 새로운 성능이 확보된다. 문자는 원격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적 공감이라는 지평을 구축하여 역사의식도 확립하였다.
구두언어에서 문자언어로 진화가 질적인 변화였다면 필사본에서 인쇄물로의 진화는 양적인 진화이다. 대량인쇄라는 양적인 변화는 결국 질적인 혁명으로 귀결되며 포괄적인 문화적 민주주의가 정착된다.
인터넷 등의 미디어가 등장이 가져온 광속으로 이루어지는 훼손 없는 전달능력은 잠재적인 세계 커뮤니케이션 공동체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양적 질적 유토피아가 현실이 된 것이다.
문자기호의 대량생산, 복제혁명 등 종래의 모든 진화가 선택적으로 축적되어온 반면에, 사이버 혁명에서는 모든 것이 양적 질적으로 집적되어 상승효과를 유발하는 총체적 혁명이다.
몸 기호에서 기계기호로 이탈했던 기호의 역사가 다시 몸 기호로, 기능적 기억에서 저장적 기억으로 되었던 것이 다시 기능적 기억으로 회귀하고, 선형적 채널로 축소되었던 기호들이 다시 전방위성으로 진출하면서 기존 텍스트들 사이의 장르 교체와 융합이 무한하게 자유로워지고 텍스트들이 파편기호의 상태가 아닌 기호의 원초적 융합상태로 환원된다.
하이퍼텍스트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대에는 텍스트들이 서로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이루는 언어의 간텍스트성은 간매체성으로 확장된다. 선형적 텍스트에서 비선형적 간텍스트로, 언어적 하이퍼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적 간기호성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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