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희, 현대미술의 또다른 지평, 시공아트, pp. 129 -154
사진 이미지 범람과 사진 자체의 탈모더니즘 경향은 최근에 초현실주의 사진에 대한 관심과 구성사진의 등장으로 이어져 사진매체는 그 의미와 영역의 확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와 별개로 우리는 통념적으로 사진을 현실을 거짓 없이 옮겨 놓는 장치로 파악하고 있다. 컴퓨터 이미지의 조작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기계적인 전사의 특성을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사진론의 핵심은 그것의 리얼리즘과의 관계에 집중. 그러나 최근에는 리얼리즘보다는 사진의 제작과 사용 과정에 내재하는 이데올로기를 폭로하거나 또는 기호학적 접근으로 의미작용을 분석하는 연구가 주목.
사진과 리얼리티
리얼리티
보들레르: 사진은 기계적인 재현을 통한 리얼리티 그 자체. 예술의 내용은 가시적인 것이 아니므로 이는 곧 예술의 치명적인 적
앙드레 바쟁: 사진을 빛의 조작을 통해 대상을 주조하는 과정. 대상과 재현 사이에 기계만이 개임하게 되는 제작 과정은 사진의 객곽적인 특성이며 결과적으로 회화를 리얼리즘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하는 매체가 됨
두돌프 아른하임: 카메라라는 기계적 기록 작용의 결과라는 것이 우리가 사진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영향. 회화와 달리 사진은 작가가 그 내용을 완벽하게 조정할 수 없어, 사진을 읽는 작업이 개입되어 결과적으로 사진은 물리적 리얼러티와 인간의 창조적인 마음 사이의 일종의 만남
이상에서 보듯 사진적 리얼리즘적 문제는 결국 대상과 이미지 사이에 아무런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매체의 투명성 여부로 귀결.
회화와 사진 비교
켄달 월턴: 회화는 재현인 반면 사진은 거울처럼 우리의 외계에 대한 시각적 접촉을 중개하는 수단일 뿐이므로 자연적 의미를 가지며 결국 이는 투명한 것.
로저 스쿠르턴: 사진은 회화와는 달리 인과적일 뿐. 카메라는 재현하는 것이 아니고 지시할 뿐.
크레고리 커리: 회화, 제스처, 언술 등은 의도적 재현. 온도계, 강우계, 나이테 등은 자연적 재현. 사진은 자연적 재현. 물 자체와 물의 자연적 재현은 구분되어야 함.
사진의 투명성 반대
조엘 스나이더, 닐 앨런: 회화는 making이고 사진은 taking이라는 구분을 재검토하여, 아무리 아마추어라도 사진가는 카메라, 렌즈, 시각, 장소 등 선택을 하므로 이미지는 만들어지는(craft) 것.
사진적 리얼리즘에 대한 비판은 사회학적 또는 기호학적 이론가들이 추진. 이들은 사진의 투명성보다는 그것이 증빙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리얼리티와의 관계 자체에 대한 검증을 시도.
사진적 리얼리티는 역사와 관습의 산물이지 절로 주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진에서 볼 것은 그것이 의미를 가지고 환상을 자극하고 효과를 내는 실천과 제도의 과정. 이런 관찰들은 사진과 리얼리티의 관계가 외양처럼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며, 그 의미작용이 분석이 대상이 된다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런 전반적인 각성을 유도한 이론 중의 하나가 바로 기호학.
사진의 기호학
기호학
페르디낭 드 소쉬르에 기반을 둔 언어학 위주의 유럽 기호학
찰스 퍼스 중심의 미국 기호학
일반론으로 의미의 표현과 전달의 수단인 기호는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로 이루어짐.
기표: 의미의 운반체이며
기의: 기표가 지시하는 추상적인 관념
코드: 기호의 조직원리
기호학이란 사회현상을 기호로 대치하여 상징체의 창조, 구조, 의미작용을 탐구하는 학문. 기호에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동작기호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이 중 가장 깊이 연구된 것이 언어기호학.
다른 한편, 기호는 크게 나누어 전달(communication)과 의미작용(signification)으로 구분.
전달: 기호학을 신호에 국한시켜 코드성이 강한 대상에 한정
의미작용: 롤랑 바르트 이후, 전달의 의미가 명시적이 아닌 사회, 문화현상의 의미를 해독하는 영역에까지 범위를 넓힘.
퍼스는 기호를 도상(icon), 지표(index), 상징(symbol) 시 가지로 구분.
도상: 기호가 대상간의 물리적인 특질의 유사함 (드로잉)
지표: 기호와 대상이 인과관계로 연결 (연기는 불의 지표)
상징: 기호가 습관이나 협약에 의해 대상을 지시. (언어나 대부분의 기호가 이에 속함)
한 대상이 반드시 이 세 분류 중에 한 기호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데,
사진이미지는 대상과 유사한 도상이며, 대상과 결과물이 인과관계로 맺어진 지표이며, 또 사진이라는 이미지가 표상하는 모든 사회적인 측면을 가진 상징기호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퍼스가 다소 모호하게 지표에 포함시킨 지시적인 기능도 공유하고 있다.
기호학을 사진 분야에 가장 먼저 적용한 사람은 롤랑 바르트. 모든 현실은 의미의 기본이 되는 언어의 중재에 의해 일어나며 언어체는 현실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한다는 신념으로 기호학이 언어학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이미지를 언어기호학적인 분석의 틀로 연구.
사진에 관한 주요 저술은 3가지 논문과 한 권의 짧은 책.
'사진적 메시지': 사진은 리얼리티의 기계적인 유사물이며 일차적인 메시지이기 때문에 이차 메시지로 발전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기표와 기의 간의 관계가 준-동어반복적인 관계로 양자 사이에 조절자가 없다. 결과적으로 사진은 그것을 읽어 낼 코드 없는 메시지가 된다. 드로잉, 회화, 시네마 등도 같은 종류로 보이지만 이들은 스타일이라는 보충적인 메시지로 발전하기 때문에 명시적(denotation)인 것과 함축적인(connotation) 메시지가 있는데 반해 사진은 명시적인 메시지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완벽한 명시성이 바로 신화로 비칠 우려가 있는데, 사진은 지각될 뿐만 아니라 읽히기 때문이며, 명시적인 의미를 근거로 함축적인 메시지가 발전하기 때문에 결국 기의가 사회적 특수한 문화를 참조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두 가지 메시지가 공존하는 파라독스가 생긴다는 것.
나아가 사진에는 선택, 기술적인 처리, 프레이밍, 레이아웃 등의 명시적인 요소와 트릭, 포즈, 오브제 등과 포토제니아, 미학, 구문 등의 함축적인 메시지가 있고, 이 위에 텍스트가 보태지는데, 결국 이런 함축적인 코드 때문에 사진은 언어처럼 읽히게 된다.(이 부분은 번역이 잘못 된듯하다. 내가 영어 버전을 읽기론 선택, 기술적인 처리, 프레이밍, 레이아웃 등의 과정 내에서 아래 6가지 코노테이션이 들어간다는 뜻이었는데)
'이미지의 수사학': 위의 개념을 발전시켜 광고 이미지를 다룸.
(쥘리아 크리스테바의 텍스트 기호학을 지칭하는 용어. significance: 의미생성 또는 의미산출을 뜻하는 말로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지칭.)
종래의 구조주의에서 기호의 의미는 정체된 시스템 안에서 내부적인 대립과 차이의 세트로 결정되는 것이었으나 의미란 사실은 주관적이고, 유동적이고, 보류된 상태이며 의미의 분석은 과정적이고 역동적인 텍스트 읽기와 글쓰기로 변한다. 여기서 텍스트란 문학뿐만이 아닌 모든 예술작품을 포괄하는 의미 생산의 장을 뜻하며 이들은 한 가지로 환원할 수 없는 무한한 기표의 유희공간이므로 의미를 생산 하는 주체인 독자는 수동적인 글읽기보다는 능동적인 일종의 글쓰기를 통해 의미라는 직물을 짜게 된다는 뜻. 따라서 사진이미지라는 텍스트는 복합적 의미의 실천으로서 다양한 요소 내지 차이들의 다의적인 의미산출을 하는 의미체가 되며 결과적으로 의미는 보는 사람과 텍스트 사이의 공간에서 부유하는 유동적인 것.
'카메라 루시다': 사진은 시간과 존재의 의미를 풀어내는 일종의 메타-기호. 사진의 가장 강력한 마술적인 힘은 이미 알리바이가 되어 버린 존재의 한때 '거기 있었음'을 증명하는 인증의 힘이며 마술의 근원은 바로 시간 그 자체이다. 사진의 해석을 종래와 같이 명시와 함축의 양대 축에 대응하는 두 가지로 나누어, 일반적이고 사실적인 요소를 스푸디움으로, 사적이고 비논리적인 특성을 푼크툼으로 구분했다. 결국 그는 이미지 읽기에 대한 자신의 종래적인 기호학적인 접근을 포기하고 지극히 사적인 사진관을 피력하여 사진은 결국 코드 없는 메시지이며, 최근의 사회학자나 기호학자들이 의미의 상대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사진이 유사적이라는 것을 막지 못하며, 사진에 관해서는 자신이 영원한 리얼리스트임을 천명했다.
그의 최종적인 리얼리즘적 성격은 많은 비판을 받음. 사진을 만드는 것은 자연이 아닌 사진가이며, 렌즈 앞에 있는 것은 인과적으로 이미지로 정착되지만 사진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가는 상징적으로 해석되는 것.
최초의 사진기호학이라고 이름할 만한 바르트의 이론의 초점은 리얼리즘에 근거한 코드 없는 메시지와 명시 대 함축과 같은 이분법적 해석.
움베르트에코는 그의 코드 없는 메시지라는 개념에 반대. 지각행위 자체가 decoding이기에 시각 이미지가 비코드화된 것은 없다. 사진과 실물의 인식에는 차이가 있다. 사진이 대상을 정확히 재현하는 것과 그것이 대상과 동일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될 수 없고, 우리의 지식은 이미지와 오브제 사이의 구분에 엄밀하지 못하며 사진적 리얼리즘이라는 말도 더이상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는 없다.
윌리엄 미첼(william J. T. Mitchell) 사진에 존재하는 함축적 의미는 그것이 순수하게 명시적이라는 시실이고 바로 그 점에서 사진이 다른 이미지와 구별되는 것. 즉 사진이 무엇을 재현하는가를 결정하게 되는 명시적 의미가 결코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부터 분리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이미지로서의 사진이라는 기호에 고유한 코드를 상정하기는 어려우며 지금도 시각 기호학적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고도 결정적인 상과는 없다고 보겠다.
사진 이미지 읽기
사진이 언어인가 아닌가 또는 사진이 언어처럼 읽히는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리얼리즘론이 쇠퇴한 현재의 사진이론에서 중요한 논제가 되어 있다.
사진과 언어가 다르다는 쪽은 시각현실의 객관적 전사를 주장. 그 반대는 사진을 언어로, 또는 그것의 실제 사용에 있어서 언어에의 흡수를 강조한다.
빅터 버긴(Victor Burgin): 양자는 서로 분리된 것로 대립된 것도 아니며 복합적인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
미첼(W. J. T. Mitchell): 사진은 언어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 카메라 루시다를 사진의 언어에 대한 저항을 배양하며 사진이 그들 자신의 언어로만 말하는 것을 허용하는 예.
기 고티에(Guy Gautier): 이미지 읽기는 애초에 모호하여 가능한 해석의 조합은 무궁하며, 기표는 맥락 속에서만 기능하여 맥락에서 분리되어서는 어떤 확고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지 읽기에는 사회적인 요소가 개입하며, 이는 기호학이 탐구해 온 의미작용 분석의 전반적인 결실이 된다.
회화 등에 비해 자의성이 훨씬 약한 사진이미지는 그만큼 리얼리티의 재현의 문제에 깊이 연루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진이 taking보다는 making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리얼리티에 대한 인과적인 기호이고 이 기호는 우리의 리얼리티에 대한 인식을 구성하는 데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아른하임: 초현실주의에서 사진이 경쟁력이 있는 것도 리얼리티에 대한 권위 때문.
크라우스: 사진이 다양한 초현실주의 운동의 중심에 놓여질 수 있으며 이들 사진을 통합하는 것은 스타일보다는 기호학적인 것. 그들의 특성을 더블링(doubling)과 스페이싱(spacing)으로 규정하여 이들을 일종의 언어기호처럼 취급하였다. 더블링은 이중노출이나 거울 이미지. 스페이싱은 다다 포토몽타주에서 개개의 사진 이미지가 여백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런 형태의 연결과 분리의 구성은 기호의 형식적인 전제 조건을 모방한 것이고 또 언어의 구문(syntax)와 연결된다.
또 사진은 퍼스의 지표적 기호에 해당하기 때문에 리얼리티의 전사가 되는데, 그들이 이 두가지 기법을 기용한 것은 사진은 단지 그 충실한 흔적일 뿐인 리얼리티의 양상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사진은 리얼리티가 기호로 구성되는 것을, 다시 말해 리얼리티가 단지 재현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사진은 리얼리티가 재현에 불과하다는 그들의 신념을 나타내는 일종의 메타포로 기능하는 것이며 이런 경향은 초현실주의 사고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초현실주의자들은 크라우스의 이런 해석을 비판. 굳이 언허학적인 모델로 해석하지 않더라도 보다 평범한 해석, 즉 그들이 확립된 사고와 굳어진 감성에 충격을 주고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억압에 도전하기 위해 뜻밖의 병치, 확대, 클로즈업, 절단 등의 기법을 사용했다는 해석으로 얼마든지 이해가 가능하고 그것이 더욱 타당. 시각적 트릭은 언어와 달라서 정확한 해석을 야기시키기 보다는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하고 해석을 구하는 힌트를 찾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구성주의 사진도 사진의 리얼리즘, 객관성, 진실 등을 부정하고 사진적 대상의 자동성을 최대한 구가하는 것이 특징
맺음말
사진이라는 기호가 의존할 수 있는 고유하고 단일한 의미체계는 없으며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당대의 사회, 문화적인 맥락에 의거한다. 기호란 사회, 역사적으로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문화적으로 한정된 그러나 고정된 것은 아닌 코드의 적용을 받는데, 이러한 코드들의 선택이 해석을 낳고 이 해석은 다시 사회적인 틀을 참조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문맥의 작용이다. 기호학자들은 기호학적 분석이란 작품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를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의미화하고 식별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며, 미술사에 대한 기호학의 최대의 공헌은 기호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자각이라고 한다.
사진은 회화보다 훨씬 더 본질적으로 우리의 리얼리티의 재현과정에 개입하고 있는 기호이자 가장 널리 퍼진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며, 더 나아가 이들 이미지는 앞으로 점점 더 기계화, 자동화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그것이 기호학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그를 다룰 도구는 더욱 날카롭게 다음어져야 한다. 그것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사진을 앞에 놓고는 우리 대다수는 바르트처럼 영원한 리얼리스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너무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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