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Chapter 1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는 유전자이다.
Chapter 2 자기 복제자
자기를 복제하는 분자 '자기 복제자'는 자연 선택의 메카니즘에 따라 진화를 계속해왔고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운반자까지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유전자의 생존기계다.
Chapter 3 불멸의 코일
몸-세포-DNA-염색체-유전자
유전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토막.
Chapter 4 유전자 기계
생존기계는 유전자의 수동적 피난처로 처음 생겼다. 이것이 갈래와 갈래를 만들어내어 지금의 동식물 세계를 만들었다.
프로그래머가 체스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유전자가 뇌를 만든 것에 대응시킬 수 있다. 유전자는 간접적으로 자기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 미리 생존 기계의 체제를 만들 뿐이고, 그 후 생존 기계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가 되며 유전자는 수동적인 상태로 그 안에 들어앉게 된다. 이것은 시간적 차이 때문이다. 유전자는 단백질 합성을 제어하는 일을 통해서 작용하는데 이 속도는 매우 느리다. 반면 생존 기계의 행동은 매우 빠르다. 유전자는 '예상'할 수 있는 많은 우발적 사건들에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사전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 두는 것뿐이다. 의식은 생존 기계가 그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Chapter 5 공격-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에는 '손익 계산'이 선행되는데 이 때문에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ESS,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이 생겨난다. ESS는 개체군에 있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일단 그 전략을 채택하면 다른 대체 전략이 그 전략을 능가할 수 없는 전략이다. 환경에 어떤 큰 변화가 일어나면 잠시 동안 진화적으로 불안정한 기간이 올 수 있으며 개체군 내에서 변동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전략이 일단 ESS가 되면 그것은 계속 ESS로 남는다. 자연 선택은 이 전략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벌할 것이다.
Chapter 6 유전자들의 행동방식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에 프로그램 짜 넣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
유전자는 온 세상에 퍼져 있는 특정 DNA 조각의 모든 복사본들이다. 유전자는 다수의 다른 개체 내에 동시에 존재하는 분산된 존재이다. 유전자는 남의 몸속에 들어앉아 있는 자신의 복사본을 도울 수 있다. 이것은 이타주의로 나타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전자의 이기주의에서 생겨난 것이다.
Chapter 7 가족계획
부모 동물은 가족계획을 실행하는데,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기 새끼의 수를 최대화하려고 힘쓴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계속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종류의 유전자를 체내에 가진 새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Chapter 8 세대 간의 전쟁
동물 개체는 유전자의 보존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생존 기계이므로 부모와 자식 간의 다툼, 즉 세대간의 전쟁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다. 그 전쟁에서 어느 쪽의 승산이 높은가라는 질문에는 해답이 없다. 최종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이상적 상태 사이에서 어떤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다.
Chapter 9 암수의 전쟁
유전자의 50퍼센트는 공유하는 부모 자식 사이에도 이해의 대립이 있는데 하물며 혈연관계가 아닌 배우자, 즉 짝 사이의 다툼은 얼마나 격렬하겠는가. 아비와 어미는 같은 자식에 대해 똑같이 50퍼센트의 유전자를 투자했으므로 둘은 모두 자기 투자분의 복지에 관심이 있다. 서로 협력해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어느 정도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개체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이성과 교미하고 자식 양육은 상대에게 떠맡기는 것이다.
이 전략은 암수 누구한테나 바람직한 것이지만 암컷이 이를 구사하기는 수컷에 비해 어렵다. 왜냐하면 암컷은 크고 영양소가 풍부한 난자의 형태로 처음부터 수컷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며, 착취의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Chapter 10 내 등을 긁어 줘, 나는 네 등 위에 올라탈 테니
동물이 무리 지어 함께 살 경우 큰 먹이를 잡을 수 있고,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피할 수 있으므로 그들 유전자는 그들이 투입한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는다. 이처럼 양자가 동시에 이익을 주고받는다면 이론적으로 이렇게 협력이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익의 제공과 이에 대한 보답 사이에 시간적 차이가 있을 때에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보답을 바라고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호혜적 이타주가 진화한다.
Chapter 11 밈-새로운 복제자
문화적 전달은 유전자적 전달과 유사하다. DNA는 30억 년 전부터 존재해온 자기 복제자이다. 그러나 이것이 유일한 것일 이유는 없다. 유전자를 선택의 단위로 하는 낡은 유형의 진화는 뇌를 만들어 냄으로써 새로운 복제자가 발생할 수 있는 '수프'를 마련했다. 그 이름으로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명사가 적당할 것이다. 그리스어 어근으로 부터 '미멤mimeme'이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데, '진gene(유전자)'와 발음이 비슷하게 '밈meme'으로 줄이고자 한다.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밈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낡은 유형의 진화보다 훨씬 빠른 독자적 진화를 시작했다. 유전자에 의한 진화는 여러 종류의 진화 중 일례에 불과하다.이기적인 유전자처럼 밈도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 밈도 서로 일종의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다. 뇌에서는 저장 용량보다 시간이 중요한 제한 요인이며 심한 경쟁의 대상일 것이다. 한 밈이 어떤 사람의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밈이 희생되는 것은 틀림없다. 나는 공적응된 유전자 복합체가 진화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밈의 복합체가 진화한다고 본다. 선택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문화적 환경을 이용하는 밈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옥불은 신의 밈과 연관되어 서로의 생존을 강화한다. 어떤 문화적 특성은 단지 그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밈에 의해 진화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에게는 의식적인 선견지명이라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기적 존재인 유전자는 선견 능력이 없다. 유전자든 밈이든, 단순한 자기 복제자는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결국에는 이롭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유리한 전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 선택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ESS를 선호하게 된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진정한 이타주의의 능력은 인간 특유의 성질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Chapter 12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두 죄수는 상호 배신을 선택하여 둘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변형한 게임이 있는데 이를 '반복된' 혹은 '되풀이된' 죄수의 딜레마 Iterated or Repeated Prisoner's Dilemma 게임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우리가 상대가 내는 패를 기억하여 그를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
'배신'이 유일한 합리적인 전략임을 예측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과는 달리, 반복 방식의 게임은 다수의 전략적 선택의 여지를 제공한다. 반복 방식에 여러 가지 전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게임 이론 전문가들의 여러가지 전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최상의 전략은 TFT (Tit for Tat)으로, 최초의 승부는 협력으로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단순히 상대의 앞 수를 흉내 내는 것이다. TFT는 ESS는 아니다. 어떤 전략이 ESS가 되려면 그것이 흔한 전략일 때 희소한 돌연변이 전략이 침입하더라도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나 협력하는 마음씨 좋은 전략이 나타나면 이 집단에 끼어들 수 있다. 세계가 마음씨 좋은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TFT를 ESS로 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항상 협력하는 전략은 TFT와 달리 항상 배신하는 전략처럼 못된 전략의 침입에 대해 안정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마음씨가 좋으면서도 보복적인 TFT와 유사한 전략들의 혼합 전략이 실제로 ESS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아마도 적절할 것이다.
어떤 전략이 하나의 집단에서 우위를 점하는지는 운에 달려 있다. TFT뿐만 아니라 항상 배신하는 전략도 안정하다. 항상 배신하는 전략이 우위를 차지하게 된 집단에서는 다른 어떤 전략도 잘해나갈 수 없다. 우리는 이를 쌍한정bistable의 시스템, 즉 한편에 '항상 배신'이라는 안정점이 있고, 다른 한편에 'TFT'라는 안정점이 있는 시스템으로 간주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집단 내에서 먼저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이 그대로 우위에 머물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칼날처럼 예리하게 운명을 좌우하는 임계 빈도가 존재한다는 것뿐이다. 칼날의 한쪽 면에서는 TFT의 빈도가 임계 빈도를 초과하여 선택은 TFT를 점점 더 선호하게 된다. 칼날의 다른 면에서는 항상 배신하는 전략이 임계 빈도를 초과하여 선택은 이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므로 특정 집단이 칼날의 어느 쪽에서 출발하느냐는 분명히 중요하다. 그리고 어떻게 하여 칼날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우연'이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나은 답을 희망한다. 이러한 생각은 해답을 얻을 가능성은 있어 보이나 다소 막연하다.
서로 닮은 개체끼리 어떻게 뭉치고 국소적 집합을 이룰 수 있을까? 자연계에서는 유전적인 인연, 즉 혈연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혈연관계인 개체들은 단순히 용모뿐만 아니라 그 밖의 모든 종류의 사항에서도 닮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TFT식으로 행동하는 유전적 성향을 서로가 닮는 것이다. 작은 지역 집단을 이루어 서로 협력하는 TFT 개체는 매우 크게 번영할 수 있으므로 항상 배신하는 개체가 우세하던 지역에까지 퍼질 수 있다. TFT는 그 칼날을 타고 넘을 수가 있다. TFT는 '시샘하지도 않는다not envious'. 그러나 심리학자들이 현실의 인간 사이에서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게임을 실시할 때는 거의 모든 경기자들이 시샘의 유혹에 빠져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밖에 얻지 못한다. 이것은 실수다.
Chapter 13 유전자의 긴 팔
성공적인 유전자란 하나의 배 내의 모든 다른 유전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환경에서 그 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유전자다. 즉 잘 번식하여 같은 유전자를 미래 세대에 전해 줄 수 있는 성체가 되도록 배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표현형phenotype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유전자가 신체로 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 선택이 어떤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은 유전자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그 결과, 즉 그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그 유전자가 들어앉아 있는 몸에 미치는 모든 영향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어떤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을 그것이 전 세계에 미치는 모든 효과로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라도 한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은 그 유전자가 스스로를 다음 세대 속으로 밀어 넣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할 것은 도구가 생물 개체의 체벽 바깥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돌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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