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7 July 2016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


보르헤스


존 윌킨스는 인류의 사고 전체를 조직하고 담아 낼 수 있는 보편 언어를 만드려는 시도를 하였다.

 윌킨스는 세계를 40개의 범주(종)으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차, 또 그것을 다시 류로 나누었다. 각 종에는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음절 문자를 부여하고, 차에는 자음 한 개, 류에는 모음 한 개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de는 원소를 의미, deb는 원소중에서도 불, deba는 불꽃을 의미. 여기서 어휘들은 임의적 상징이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가 다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반면, 윌킨스 언어의 토대라 할 수 있는 40진법 조견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여덟 번째 범주인 돌의 범주를 보면, 윌킨스는 돌을 일반석, 값싼 돌, 보석, 투명한 돌, 그리고 용해되지 않는 것 등으로 분류했다. 아홉 번째 범주인 금속은 불완전한 금속, 인공 금속, 재귀성의 금속, 천연 금속 등으로 분류했다. 

 이런 모호함, 중복, 결핍 등은 프란츠 쿤 박사가 중국의 한 백과사전에 대해 지적한 문제점들을 상기시킨다. 이 백과사전에는 동물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a) 황제의 소유인 것, (b) 방부처리 된 것, (c) 길들여진 것, (d) 젖을 빠는 돼지, (e) 인어, (f) 상상의 것, (g) 야생의 개, (h) 현재의 분류에 포함된 것, (i) 광분한 것, (j) 셀 수 없는 것, (k) 세밀한 낙타털로 만든 붓으로 그린 것, (l) 기타, (m) 방금 항아리를 깬 것, (n) 멀리서 보면 파리처럼 보이는 것. 브뤼셀 도서 연구소 역시 세계를 1천 개의 하위 단위로 세분하는데, 그 가운데 262번째 분류는 교황이고, 282번째 분류는 로마 가톨릭교회이며, 263번째 분류는 주일이고, 268번째 분류는 주일 학교, 298번째 분류는 모르몬교, 294번째 분류는 바라문교와 불교와 신도와 도교이다. 그 밖에도 아주 이질적인 분류도 있는데, 예를 들어 <동물 학대, 동물 보호, 윤리적 관점에서 본 비탄과 자살, 다양한 흠과 결점, 여러 가지 덕목과 특성들> 같은 179번째 분류이다.

 지금까지 윌킨스와, 중국 백과사전의 저자, 브뤼셀 도서 연구소 등의 자의성에 대해 언급했다. 세상을 분류하는 행위 치고 자의적이지 않은 게 없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바로 우리가 세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의 신성한 체계를 통찰한다는 것의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적 체계를 확립하는 일을 결코 단념하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완전치 못하더라도 말이다.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 역시 그러한 시도 중 하나이다. 윌킨스 언어 속의 종과 류는 상호 모순적이고 경계도 모호하다. 하지만 어휘를 이루고 있는 철자 하나하나가 각각의 하부 개념과 그 범주를 가리킨다는 전략 자체는 무척 창의적이다. 예를 들어 salmon(연어)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하는 데 비해, 연어에 해당되는 윌킨스 언어의 어휘 zana는 (40개 범주와 그 범주가 정하는 종의 구분에 정통한 사람에게는) 육질이 붉고 비늘 덮인, 민물고기를 의미한다. (각각의 존재의 명칭 속에 그 존재의 운명과 과거와 미래가 포함된 그런 언어를 고안해 낸다는 게 이론적으로 보자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언어에 대해 쓰여진 것 중 가장 명쾌한 것은 아마 체스터턴의 글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영혼 속에 가을 날 숲의 빛깔들보다 더 현혹스러우며, 더 무한하며, 더 이름 모를 색조들이 있음을 안다… 그러나 그 모든 색조와 그것들의 모든 배합들도 신음과 고함의 임의적인 체계를 통해 정확하게 재현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주식 중개인이 기억의 미스터리와 욕망의 고통을 의미하는 소리를 정말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이다.”


*보르헤스의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를 요약했다. 아래 글을 참고했다.
한글 1: <만리장성과 책들>에 수록된 버전